Senin, 09 April 2012

Exclusive - JoongAng Sunday Magazine (Korea): Interview with aleXsandro Palombo




















지난해 말,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South Park)’의 한 에피소드에선 뜻밖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루이뷔통 수석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였다. 현란한 욕설과 날 선 사회 비판⋅풍자로 명성을 쌓은 이 만화영화 속에서 마크 제이콥스는 사람 인형 형태로 깜짝 등장했다. 얼마 뒤엔 코코 샤넬이 ‘스펀지밥 네모바지 (SpongeBob SquarePants)’의 캐릭터가 됐다. 스펀지밥 샤넬은 브랜드의 아이콘인 트위드 재킷 차림이었다.
그리고 또 얼마 뒤인 올해 초, 이번엔 ‘심슨 가족’이었다.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노란 얼굴의 귀여운 심슨 가족으로 그려졌다. ‘패션 심슨(Fashion Simpsons)’은 식구를 하나씩 더해 이젠 코코 샤넬, 마크 제이콥스, 도나텔라 베르사체, 알버 앨버즈(랑방 수석 디자이너), 수지 멘케스(IHT 패션 담당 기자) 등을 거느린 대가족이 됐다.
새로운 심슨 가족을 만든 이는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알렉산드로 팔롬보(Alexsandro Palombo)다. 패션을 소재로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을 해 온 그는 자칭, 타칭 ‘패션 풍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알렉산드로 팔롬보는 2005년부터 블로그 ‘유머 시크(Humor Chic)’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일러스트 한 편씩을 업데이트 하는데, ‘패션 심슨’은 그의 작업 중 일부다. 그는 모피 반대나 10대 초반의 소녀 모델 논란 등 주요 패션 이슈들을 강렬한 일러스트로 다뤄왔다. 그의 그림 속에서 패션계 유명 인사들은 우스꽝스럽게 비틀리고 재미나게 풍자됐다. 블로그 이름처럼 유쾌하고 시크한 그만의 세계가 펜 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독자들은 당신을 잘 모른다. 소개해 달라.
“예술가이고,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이며 패션 디자이너다. ‘패션 풍자’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원래는 밀라노의 마랑고니 스쿨에서 공부한 디자이너다. 24세엔 내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했고, 2007년까지 10년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내 의상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패션 스케치⋅드로잉을 해 왔던 셈인데, 그게 별로 즐겁지 않았다. 뭔가 혁신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개인적인 예술적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2005년 ‘유머 시크’ 블로그를 열었다.”

지금은 디자인을 하지 않나.
“2007년 그만뒀다. 그때부터는 블로그에 전념하고 있다. 패션에 대한 진정하고 발전적인 비판은 그동안 없었다. 그런데 풍자로 접근하는 방식을 생각해냈고,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것이 오늘까지 왔다.”

심슨은 왜 그렸나.
“원작에 대한 무한한 헌사다. 만약 ‘심슨 가족’에 패션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면 그건 분명 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패션 심슨’으로 그의 이름이 다시 떠올랐지만 그는 이전에도 ‘임신한 칼 라거펠트’ ‘쫄바지를 입은 엘리자베스 여왕’ 등의 독특한 그림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블로그에 최근 올라온 작품은 안나 윈투어를 등장시킨 ‘모피 반대 캠페인’이다. 벌거벗은 안나 윈투어의 몸에서 체모가 점점 사라지는 과정을 그려 결국 ‘털이 없는(No Fur)’ 상태에 이르는 이야기를 가진 일러스트다.

간혹 다소 과격해 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등장 인물은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안나 윈투어 같은 경우 항의하지 않나.
“순수한 예술적인 비전으로 그린 것이다. 동물들이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고,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도 결국 동물인데 다른 동물들의 생에 대한 존중이 없다. 안나 윈투어가 나의 이런 뜻을 알고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나의 작업이 그녀를 변화시키고 동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패션 셀레브리티는 어떤가. 직접 반응을 받기도 하나.
“내 블로그는 패션 업계에서 특히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의견이나 감상평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다. 유명한 디자이너도 있고 잡지 에디터도 있다. 부정적인 반응이 오기도 하는데, 내가 한 번도 등장시킨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내 블로그에 등장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사우스 파크’에 등장했던 마크 제이콥스의 반응을 보면 팔롬보의 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크 제이콥스는 “무한한 영광이다”라고 ‘사우스 파크’ 데뷔에 감격했다. “사우스 파크 캐릭터로 영원히 살 수 있게 됐으니, 행복하게 죽을 수도 있겠다”며 ‘사우스 파크’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제작하기까지 했다.

칼 라거펠트나 안나 윈투어, 베르나르 아르노 같은 거물이 주로 등장한다.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선택하나.
“권력과 힘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가 라거펠트나 윈투어를 자주 그리는 건 즐거움을 주면서 논쟁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러스트 작업에는 이야기와 메시지가 있다. 보통 작업 시작 직전에 본능적으로 캐릭터를 선택하는데, 때로는 알려지지 않는 인물을 그리기도 한다.

성적(性的)인 요소를 부각해 풍자하는데, 이유가 있나.
“오늘날 사회에 성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광고도 성을 소재로 삼고 에로티시즘으로 자극을 준다. 패션 잡지들도 성적인 요소를 두드러지게 부각한다. 그 점을 말하기 위해 아이러니가 되도록 성을 활용했다. 그 덕에 재밌고 섹시한 드로잉이 됐다.”

패션계를 어떻게 보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패션 하우스들은 거대 자본의 손에 들어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 아니라 수익과 주가가 된 것 같다. 젊은 디자이너나 창의력이 들어설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패션 산업은 은행업과 다르다. 감정의 산물이고 새로운 변화이어야 한다고 본다.”

Joohee Hong